사찰

가야산 해인사의 전설

[더 꿈] 감성인 2020. 11. 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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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印을 얻으면 신통력을 얻을 수 있다

신라 제 40대 임금인 애장왕(哀莊王)이 30대 중반에 우연히 병을 얻어
백약이 무효로 고통 속에 신음하다가 마침내 사경에 이르렀다.
애장왕은 자신의 수명이 끝난 것을 절감하고, 임종을 선언하였다.
임종을 맞이하는 애장왕의 침소에서 왕후와 중신들은 흐느끼면서
안타깝게 이구동성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대왕마마! 정신 차리시옵소서.”
정신이 가물가물 해지는 애장왕은 가까스로 눈을 떠 간신히 말했다.
“과인은 이제 세상을 떠나가오…. 아아, 일체가 제행무상인 것을….”
“대왕마마! 승하하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애장왕의 사세(辭世)의 말을 들은 왕후 비빈과 왕자, 왕녀, 중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참았든 울음을 떠뜨리었다.
애장왕이 아직 젊은 나이였는지라 임종을 지켜보는신하들의 애통함이란 형용할 수가 없었다.

애장왕은 탄식하듯 길게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호흡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어전시의(侍醫)가 임금의 시신 앞으로 다가서서 죽음을 확인한 다음
하얀 천으로 시신의 얼굴을 덮고, 돌아서 고개숙여 흐느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임금의 승하를 선포했다. 그 때, 곡성이 낭자해졌다.

궁궐 안에 자리한 내불당에서는 임금의 승하를 애도하고, 알리는 범종을 울렸다.
이에 따라서 서라벌의 대소 사찰에서도 일제히 애도의 범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범종소리를 듣는 대소관원과 백성들은 모두 합장하고 대궐 쪽을 향해 서서 고개 숙여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지장보살’의 불호를 부르면서
승하한 애장왕의 왕생극락을 기원하였다.

그 때, 소리쳐 울던 왕후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벌떡 일어서서 시의에게 애장왕의 얼굴을 가린
하얀 천을 벗기라고 지시했다.
“시의는 용안에 덮은 천을 어서 벗기시오!
대왕마마께옵서는 아직 승하하시지 않으셨는데 무엄하게도….”
“아니옵니다. 왕후마마! 상감마마께옵서는 이미 승하하셨사옵니다.”
시의의 대답에 왕후는 노기가 서린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그대는 무엇을 안다고 장담을 하는가? 그대가 그토록 잘 안다면,
어찌하여 대왕의 병환을 고치지 못했단 말인가?”
임금의 죽음이 시의 탓인 것처럼 힐책하던 왕후는 손수 애장왕의 용안에 덮힌 천을 벗겼다.
왕후의 이러한 행동은 평소 임금을 너무나도 사랑했으므로 나온 행동으로 여기고
누구 한 사람 입을 열어 왕후를 말리지 않았다.

왕후가 울면서 임금의 용안에 덮힌 천을 벗겨내면서 호통을 칠 때,
애장왕의 영혼은 명부(冥府)에서 자신을 잡으로 온 사자 두 명과 함께 서서
자신의 시신을 안타깝게 내려보고 있었다.
영혼이 빠져 나간 애장왕의 시신은 탈각한 매미의 그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시신은 썩어 한 줌 흙이 될 것이나,
영혼은 홀로 울면서 무정한 저승사자를 따라서 염라국으로 가서 심판을 받고,
업의 판결에 따라 멀고 먼 윤회의 길을 역시 홀로 떠나리라.
그는 사랑하는 왕후와 중신들에게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자신의 말도 전달 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혼자 슬프게 울었다.
저승사자는 애장왕의 영혼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인생이 한 바탕 꿈이라는 것을 몰랐소?
인생은 혼자서 왔다가 혼자서 가는 거요.
인간들은 살아서는 영원히 살 것처럼 탐욕 속에 집착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여 자신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영혼이 되어서야
살았을 적에 수행정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은 거요.
불쌍한 영혼은 살아생전 자신이 지은 업(業)만 잔뜩 등에 지고
우리 같은 저승사자에게 붙잡혀 가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지오.
자, 한 바탕 꿈같은 임금노릇 한 것에 부질없이 집착하지 말고
이제는 염라국의 업경대(業鏡臺)가 있는 곳으로 가서
당신이 지은 전생의 선악의 업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하니 한 시 바삐 갑시다!”

애장왕은 사랑하는 왕후와 후궁들과 자식과 중신들이 있는
자신의 대궐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애장왕은 저승사자에게 울면서 애걸복걸했다.
“여기서 살면 안됩니까? 한 번 봐 주시오.”
저승사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뼛속까지 고통을 주는 무서운 채찍으로
애장왕의 등짝을 향해 인정사정 없이 모질게 후려치면서
염라국으로 끌고 가며 이렇게 퍼부었다.
“인간세상의 관리는 돈만 주면 정사(正邪)가 뒤바뀌어 질 수 있지만,
염라국의 관리는 안 통해! 때만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일초도 어김없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압송해서
업경대에 세워 심판을 받게 한단 말이야!”

당시, 해인사가 아직 창건되지 않은 지금의 경남 합천군 가야산(伽倻山)의
어느 깊은 산 속의 오지(奧地)에 두 늙은 부부가 초암(草庵)을 짓고 은거하고 있었다.
두 부부는 삼백예순날을 두고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인적이 끊긴 그곳에서 화전을 일구면서 속세의 부귀영화의 탐욕을 버리고,
오직 수행정진에 매진하였다. 남자의 이름은 가산거사(伽山居士), 부인은 가산부인이었다.
그들이 속세를 떠나온 사연은 비구승의 출가이전의 소식을 알 수 없듯이 알 수가 없다.
두 부부는 보통승려들은 따라갈 수 없는 난행고행을 하면서
수행정진을 하여 오래 전에 큰 깨달음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 달 밝은 밤.
가산부부는 초암의 마당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정좌하여 달을 우러르며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데,
홀연 일진광풍이 불어오더니 바람과 함께 괴상한 얼굴의 사나이 열 두 명이 나타났다.
그들의 머리는 물고기 모양이었으나 몸뚱이는 인간의 모습으로서,
장수와 사졸의 복장이었다.
그들은 모두 가슴에 합장하고서 가산부부에게 절을 하여 예를 표하더니,
그 가운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용언월도(靑龍偃月刀)를 든 거북머리의 장수가 공손히 말했다.
“저희들은 동해용왕부(東海龍王府)에서 온 사자(使者)들이옵니다.
저는 대표 사신으로써 구별장(龜別將)이라 하옵니다.
용왕님의 분부로 도가 높으신 가산거사님과 가산부인을 모시러 왔습니다.
두 분께서는 어서 저희들을 따라 용궁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가산거사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괴상하게 생긴 구별장에게 말했다.
“용왕께서 공사에 바쁘실 텐데, 우리를 부른다고? 용왕부는 멀지 않는가? ”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유성보다 빠른 용궁의 옥가마를 가져왔사오니
어서 가마에 오르시옵소서.”
과연 푸른빛의 옥가마가 대령해 있었다.
가산부부가 옥가마에 오르자 열 두명의 어족사신들은 가마를 메었다.
구별장은 옥가마를 멘 어족사신들의 앞에 서서 두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눈깜짝할 사이에 옥가마는 산과 들을 지나 바다에 용궁에 이르렀다.
가산부부는 각기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용왕에게 초청받은 사연을 짐작하고,
삼 년 전 어느 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가산부부가 산 속 깊숙이 도토리를 주우러 갔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한 마리의 복실복실한 강아지 대문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산 속에서 웬 강아지일까?”
그러나 가산부부는 슬하에 자식이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참이라 그 강아지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마치 자식처럼 기르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가산부부의 정성과 사랑속에 무럭무럭 자라났고, 오래지 않아 큰 개가 되었다.
그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지 만 삼 년이 되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가산부부는 개가 좋아하는 누룽지를 개에게 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는 웬지 평소 좋아하는 누룽지를 먹으려 들지를 않고
쪼구리고 앉아 가산부부를 번갈아 올려 보더니 뜻밖에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사실 소녀는 개가 아니라 동해 용왕의 막내딸이에요.
용궁에서 버릇없이 굴어 죄를 지었기에 용궁에서 내쫓겨
인간세상에서 개 노릇의 벌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하지만, 이제 벌받는 그 시한이 다 끝났어요.
이제 소녀는 용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두 분께서 저를 친자식처럼 베풀어주신
고마운 은혜를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가산부부는 신기한 일에 놀랍고 기뻐서 얼른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개는 다시 말했다.
“그래서 소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을 저의 수양부모로 모셨으면 하온데
두 분의 뜻은 어떠하신 지요?”
가산부부는 개로만 알고 삼 년 동안을 기르다 보니 정이 들대로 든 터이라
기꺼이 개의 청에 응낙하였다.
그러자 개도 기쁜 듯이 꼬리를 흔들어 대면서 말했다.
“소녀가 이번에 용궁으로 돌아가면 소녀의 아버지이신 용왕님께 말씀을 올려서
수양부모께서 그 동안 소녀에게 베플어 주신 은혜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을 할까 하옵니다.
며칠 후에 용궁에서 사자들이 수양부모를 모시러 오거든 지체 없이 따라서 용궁에 오세요.
그리고, 소녀의 생부께서 용궁의 보물창고에 안내하여
수양부모에게 무엇이든 갖고 싶은 소원을 말하라고 하시면
금은 등 칠보의 보물을 취하지 마시고,
무조건 용좌 옆에 있는 도장인‘해인’을 달라고 하세요.
그 해인이라는 것은 나라 임금의 옥쇄와 같아서 용왕의 하나 뿐인 옥쇄 입니다.
해인을 세 번 두두리고, 소원을 말하면, 풍운조화는 물론이요,
모든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신통력이 있는 보물중의 보물입니다.
소녀의 말을 기억하시어 해인을 꼭 얻어 뜻하시는 큰일을 하시기를 바라겠어요.”
말을 마친 개는 훌쩍 허공으로 뛰어 세 번 재주를 넘고서는 이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과연 용왕의 딸이 예언한 대로 용궁에서 사자들이 옥가마를 가지고 가산부부를 모시러 온 것이다.

용궁에 도착해보니 용궁은 눈이 부시도록 칠보(七寶)의 보물로 찬란했다.
산호로 만든 기둥을 위시하여 칠보(七寶)로 만든 대소 전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구별장의 통보가 있자 아름다운 시녀들이 공주를 옹위하며 나와서 영접하였다.
공주는 화려한 옷을 입은 미모의 선녀였다.
공주는 활짝 웃으며 가산부부에게 합장하고 깊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말했다.
“수양아버님, 어머님, 그동안 기체 강녕하셨는지요.
먼길에 이곳까지 오시느라고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제가 바로 아버님, 어머님께 대은을 입은 그 강아지랍니다.”
“오오….”
가산부부는 신기하고 놀라운 심정이 되어서 아연하여
공주의 손을 마주잡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명부는 평등한 세계이다.
제왕이나 상것, 내지 미물일지라도 육도윤회를 하는 영혼들은 모두 평등히 심판을 받는다.
명부는 인간세계처럼 뇌물을 받고 죄없는 자를 죄있는 자로 날조 한다든가,
죄인에게 고문하여 죄를 추궁하여 알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명부는 업경대(業鏡臺)가 있다.
누구든 업경대에 서면 전생에 자신이 지은 선악의 업보가 한 점 의혹 없이 드러나고야 만다.
마치 깨끗한 거울 앞에 서면 만상이 그대로 비추이듯 하는 것이다.
고로 명부의 판결은 추호도 편파나 거짓이 있을 수 없다.
저 왕노릇 한 자를 어서 업경대에 세워 전생의 죄업을 비추어라!”
염라대왕은 추상같이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애장왕을 가르키자
우두(牛頭)와 마두(馬頭), 저두(猪頭) 등의 머리를 한 인간모습의 귀졸(鬼卒)들이
우르르 몰려와 애장왕을 난폭하게 끌고서 업경대에 세웠다.

애장왕은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면서 업경대 앞에 섰다.
그런데 염라대왕은 애장왕의 수명부(壽命簿)를 훑어보면서 이맛살을 찡그렸다.
업경대를 가동하지 않고 잠시 눈을 검벅이며 생각에 잠겨 있더니 혼자 말했다.
‘이 자가 가야산의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까?….'
염라대왕은 손을 들어 귀졸들에게 애장왕의 영혼을 업경대에서 즉시 내려오도록 지시했다.
애장왕은 사시나무 떨듯 공포에 떨고 있다가
졸지에 이번에는 염라대왕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애장왕이 본 염라국, 즉 명부의 세계는 인간세상의 대궐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나큰 성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염라국의 전각들은 온통 붉은 색으로 칠해 있었다.
대소의 전각들이 부지기수요,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명부의 주인인 염라대왕은 전상(殿上)의 옥좌에 앉아 있었고,
좌우에 직급에 의해 붉은 관복과 관모를 쓴 대소 관원들이 시립해 있었으며,
병장기를 든 사나운 귀졸들이 부지기수로 대오를 정비하여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염라국의 대왕은 모두 10명이었다. 즉 명부시왕(冥府十王)인 것이다.
그 시왕은 육십갑자속에 자신이 담당하는 간지에 출생한 인간들의 영혼을 담당하고 있었다.
명부는 인간이 죽었을 때, 처음으로 저승사자에 끌려와 업경대에 세워져
살아생전 자신이 지은 선악의 업에 대해서 조사한 후, 논공행상을 판결을 하는 것이다.
죄가 무거운 자는 판결 형량에 여러 형태의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었다.

염라대왕은 애장왕을 향해 추상같이 호령했다.
“명부에 와보니 살아있든 시절이 인천(人天)에 좋은 인연 만드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고 생각이 들지 않느냐?”
애장왕은 울면서 머리를 땅에다 조아리며 아뢰었다.
“인생이 한 바탕 꿈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아까운 세월을 헛되이 보낸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옵니다.”
“그대는 임금자리에 있으면서 왜 부처님의 법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황송하오나, 제가 생전에 불법을 크게 일으키지 못한 것은 오랫동안 왕위에 머물러 있지를
못하다가 갑자기 이곳에 오게 되어 되어서이옵니다.”
“왕위에 좀 더 머물렀다면 불법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다는 말인가?”
“예, 그렇사옵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렸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아뢰겠사옵니까.”
“흠, 만약에 그대가 다시 신라의 왕이 되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면,
불법을 크게 일으키는데 기여하겠는가?
대답해 보아라! 그대가 불법을 일으키는 사명을 갖고 실천한다면
다시한번 재생의 기회를 주겠노라. 할 수 있겠느냐?”
“염라대왕님께 맹세하옵니다.
그런데, 제가 무엇을 해야 불법을 크게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되겠는지요?”
“먼저 가야산에 만세에 전할 고해중생의 복전이 될 대찰을 지어라!
그 다음에는 부처님의 자비를 그대가 본받아 세상에 자비를 베플어라. 할 수 있겠는가?”
“분부대로 모두 차질없이 거행하겠사옵니다.
그런데, 가야산에 짓게 되는 대찰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올 까요?”
“그 대찰의 이름은 동해 용왕 측에서 인연 있는 인간을 보내어 알려 줄 것이다.
그대는 부지런히 사찰만 지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작복은 모두 하늘의 뜻이요,
부처님의 뜻이며, 가야산의 운수인 것이다. 자세히 알려고 하지말고, 인연법에 순응하기 바란다.
그대는 이 맹세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만일에 어긋남이 있으면, 하시라도 잡아들일 것이고,
그대는 무간지옥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명심할 지어다!”
염라대왕은 귀관(鬼官)에게 지시하여 애장왕을 다시 재생의 길로 돌아가게 특단조처 하였다.
귀관은 애장왕에게 운이 좋은 분이라고 치하하면서
애장왕을 데리고 삼도강(三途江)에 이르렀다. 삼도강은 삼도천(三途川)이라고도 부른다.
저승과 이승의 중간지대에 흐르는 강인 것이다.
삼도강은 태양이 사라진 달빛속의 강과 같았고
수면 위에는 짙은 물안개가 지척을 분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귀관은 쪽배에 애장왕을 태우고 이승 쪽으로 가기 위해 노를 저었다.
지옥문전에서 간신히 살아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애장왕의 등뒤로
귀관은 노젓는 것을 중지하고 살며시 다가오더니
갑자기 애장왕의 등을 왈칵 강 쪽으로 떠밀어 버렸다.
아악! 첨벙! 애장왕은 강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거리다가 감았든 눈을 번쩍 떴다.

“아악!”
죽은 애장왕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자 임금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던
왕후 이하 모든 사람들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애장왕은 죽은지 만 이틀만에 눈을 뜨고, 비명을 내지르고, 부활한 것이다.
애장왕은 누웠든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며 말했다.
“놀라지들 마시오! 과인은 분명히 죽었다가 염라대왕님의 특별한 분부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소! 나는 이제 분부 받은 사명을 완수해야 하오.”
가산부부가 수양딸의 손을 잡고 용왕이 거처하고 있는 곳으로 걸으니
사방에서 아름답고 웅장한 풍악소리가 울려왔다.
동해 용왕은 옥좌에서 일어나 걸어오는 가산부부를 만면에 희색을 띠고 영접하면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먼 길에 수고가 많으셨겠습니다.
삼 년씩이나 미천한 딸아이를 보살펴 주셨다 하니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용왕은 가산거사를 자신의 용상 위에 자신과 나란히 앉게 하고,
산해진미의 잔칫상을 들여오도록 명했다.
풍악소리와 함께 가산부부는 생전처음 보는 음식을 맛보았다.
어여쁜 공주는 가산부부의 옆에 앉아 섬섬옥수로 미주(美酒)를 친히 따라
수양아버지에게 권하고, 가효(佳肴)를 권했다. 꿈결과 같은 잔치가 일주일이나 이어졌다.

어느 날, 가산부부가 용왕에게 가야산으로 돌아갈 것을 청했다.
용왕은 극구 만류했으나 가산부부의 뜻이 분명하였으므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했다.
용왕은 이별하기에 앞서 가산부부를 용궁의 보물창고에 안내하여
온갖 보물을 두루 보게 하면서 물었다.
“무엇이든 선물하고자 합니다. 기탄 없이 말씀 주시면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가산거사는 공주의 말을 기억하고서 용좌 옆에 있는 ‘해인’을 집어들어 용왕을 쳐다보았다.
용왕은 순식간에 놀라운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은은히 미소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해인을 가산거사의 손에 건네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해주었다.
“‘해인’은 용왕의 전권을 의미하는 옥쇄이며, 여의주(如意珠)입니다.
해인은 초능력이 담겨 있습니다. 풍운조화를 부릴 수 있는 신통력은 물론이요,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전에 옥왕상제께서 천장(天將)을 보내어
가야산에 만세에 전할 고해중생의 복전인 대찰이 새로이 창건되는데,
용궁의 ‘해인’이 큰 역활을 하게 될 것이니 누구든 용궁에 와서
해인을 원하면 무조건 내주라는 천명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 되었군요.
그러나, 해인은 용궁의 보물중의 보물이기에 세상에 오래 머물 수는 없으니,
해인의 주변이 탐욕으로 혼탁해지면 하늘과 용궁의 뜻에 의해
해인은 다시 용궁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모름지기 해인이 머물고 있는 곳의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청정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가산부부가 용왕으로부터 해인을 선물 받아 가야산에 돌아와 보니
애장왕이 몸소 공사현장에 나타나 사부대중을 격려하면서 대찰을 짓고 있었다.
가산거사는 용왕이 해인을 내주면서 한 말을 상기하고는 모두 천지의
제불보살의 인연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가산거사는 은밀히 애장왕에게 나아가 용궁과 용왕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하고 해인을 바쳤다.
애장왕은 해인을 받아들고 전날의 염라대왕이 한 말을 상기하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깨닫고 보면, 삼라만상 두두물물이 모두 인연법 아닌 것이 없다.
염라대왕이 나를 통하여 가야산에 고해중생의 복전인 대찰을 창건하게 하고,
가산거사에게 용왕이 해인을 준 뜻은
첫째, 이 절의 이름을 해인사라고 명명하게 하려는 것이요,
둘째, 해인이 신통한 조화를 부려 해인사 도량을 영험하게 하여
중생의 소원을 이루어지게 함이니 이 또한 어찌 정해진 인연법이 아니겠는가!
해인을 탐욕스러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해인사의 은밀한 곳에
영원히 숨겨야 할 것이다.”
애장왕과 가산가사는 해인사 도량의 아무도 모르는 비처(秘處)에 해인을 봉안하였다.

그로부터 해인사에 숨겨져 있는 해인을 얻으면 풍운조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신통력을 부릴 수 있고,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생겼다.
민간에서 전승되는 부지기수의 도참비기(圖讖秘記)속에는 언제나 해인사의 ‘해인’이 등장했다.
장강과 같은 역사를 두고 신라, 고려, 백제, 이조, 등의 역사의 전환기에 민란이 일어나고,
역성혁명의 반란이 시작되면, 언제나 민란의 총수, 반란의 총수는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해인사에 숨겨진 해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동학혁명 때에도 어김없이 해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전설의 해인을 찾은 사람은 없었다.

 

 

해인이 팔만대장경 안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느 승려는 은밀히 해인을 찾기 위해 40년이 넘게 대장경각을
지키면서 청소하는 직책을 자원하여 맡으면서 장경각 안의 구석구석을 찾았으나
해인은 찾지 못하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다고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해인의 전설은 사실일까?
해인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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