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최부잣집 ‘곡간 풍수’와 운조루 ‘물 풍수’

[더 꿈] 감성인 2020. 12. 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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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잣집 '곡간 풍수'와 운조루 '물 풍수'

부자가 좋아하는 재물 명당
부자만큼 풍수지리에 관심 많은 집단도 찾기 힘들다.

땅을 통해 부(富)를 일군 사람이 많아서일까.
부의 원천이 자신이 사는 터에 있다는

전통 시대의 믿음은 우리나라 부자들 사이에

여전히 유효하다.

부를 부르는 지리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전남 구례의 운조루 연못.
세상 사람 대다수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일단 재물이 풍족해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부자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이 생겨났고,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도 부지기수다. 

탈신공개천명(脫神功改天命)!
신의 뜻을 거스르고 천명마저 바꾸겠다는

인간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풍수지리의 세계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부귀론을 외면할 순 없을 터.

‘명당에 들어가면 지옥문도 바꾼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실 전통 시대엔 풍수지리를 부귀를 누리기 위해

연마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여겼다.

스스로 공부할 여건이 못 되면 아예 실력 있는

지관을 집안 풍수 전담용으로 모시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 부자로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경주 교동 최부잣집의 경우를 보자.

400년 동안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해

경상도를 대표하는 부자로 첫손에 꼽히는 최부잣집은
‘재산을 만 석 이상 모으지 말라,
흉년에 남의 논과 밭을 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6개의 가훈(六訓)을 대대로 실천해온 명문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부잣집의 가훈엔 바깥에 알려진 육훈 외에

내밀히 전해온 가훈이 하나 더 있다는 구전도 있다.

‘명지(明地)가 있으면 값은 고하
(高下) 간에 구해 쓰라’는 것이다.

좋은 명당이 있으면 땅값에 구애하지 말고

구해 쓰라는 의미인데, 사실 여부를 떠나

최부잣집이 경주 교동에 터를 잡은 내력이나

이 집안 사람들이 묘를 쓴 자리를 보면

명당 길지를 애써 구했음직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비단 최부잣집뿐 아니라 한국 전통 부잣집들의

경우 저마다 풍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과 사연을 갖고 있다. 

풍수에서 말하는 부자 혹은 부의 조건은 뭘까.

이에 대한 언급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1690~1752)이 지은 ‘택리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은 재록(財祿)을 맡은 것이므로

큰 물가에는 부유한 집과 유명한 마을이 많다.

비록 산중이라도 시내와 계곡물이 모이는 곳이라야

여러 대를 이어가며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터가 된다”고

씌어 있다.

터에서 물을 봐야 부를 누릴 수 있다는

‘택리지’의 논리는 조선 사대부들이

집터를 고를 때 빠뜨리지 않은 지침이었다.

중국 당나라 때 인물인 복응천
(卜應天)이 지은 풍수지리서 ‘설심부(雪心賦)’도

‘많은 물이 모인 곳이 명당(衆水聚處是明堂)’이라는

말로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물 기운은 물에서 나온다?

물이 왜 부와 연결되는 걸까.

이는 풍수의 기본 원리와도 그 맥락이 이어지므로

잠시 짚어보기로 하자.

흔히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로

이해되는 풍수는

‘바람길을 갈무리하고 물길을 얻는 것’을 가리킨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에선 부귀나 무병장수 같은

좋은 생기(生氣)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게

풍수의 원리다.

문제는 득수, 즉 강가나 해안가 등 물길과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과 장풍, 즉 바람길을 막아주거나 갈무리해주는

산속 혹은 산기슭에서 사는 것은 삶의 질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전통 시대부터 물가는 물자의 교역과 교통 요충지

구실을 해왔다.

물길을 따라 도로망이 펼쳐지면서 사람이 모여들고

자연스레 교역과 상업이 발달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물길은 이처럼 부를 창출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산속은 감추거나 막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교통과 교역이라는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물길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해변 개가 산골 부자보다 낫다’는

말이 생겨났다.

강가나 바닷가에 비해 산골은 빈궁하므로

아무리 산골에서 부자라 하더라도 실상은 사는 게

보잘것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물길을 재물 기운의 확보 수단으로 보는 관념은

더욱 ‘진화’해 나중엔 아예 물 자체를 부와 한 짝으로

묶어 취급하기도 했다.

양택(陽宅)이나 음택(陰宅) 앞으로 물웅덩이나

연못, 저수지 따위가 형성돼 있으면 그 물만큼

재물이 보장된다는 중국의 풍수이론도

물을 재물과 동일시한 것에서 생겨난 사고다.

한편으로 풍수에서 말하는 수(水)는

물길 같은 외형적 측면 말고도 터에서 형성된 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제어하는 내부적 기능도

갖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표적 풍수 고전인 ‘장서(葬書)’에선

생기가 ‘물을 만나게 되면 멈춘다.
(界水則止)’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명당이 되려면 사람에게 부귀(富貴)의

기운을 전해주는 생기를 보호하는 역할로서의

물 또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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